하루종일 구질구질 비가 내리던 지난 월요일
피곤한 몸을 쉴 겸, 동네 목욕탕(요즘 유행인 사우나)엘 갔다.
들어가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어수선한 분위기에
휴식을 위해 찾았던 기대감이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잉~ 잉~ 잉~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사내 아이가 삼십대 초반의 젊은 아버지와
목욕을 온 것 같은데, 무엇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징징거리고 있었다.
한 10분쯤 계속되자 여기저기서 짜증스런 투정이 들려왔다.
초보 아버지는 이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가뜩이나 더운 그 곳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짜증스런 내 마음을 바꿔놓은 이야기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육십대 후반의 친구들처럼 보이는 서너명의 老신사(목욕탕에서 신사가 따로 없지만)들의 대화.
" 자네, 아버지랑 목욕갔던 기억나나? ............."
아마 그 분들의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 거의 분명한데.
그들은 짜증스런 어린 아이의 징징거림이 자신들의 어린시절 노래처럼,
아득한 옛날,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추억처럼,
39度 욕조물 온도만큼 나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문득 30년 전 召天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내 기억 저 편에 있음직한 아버지와의 목욕탕 추억을 떠올려 보려고 애써본다.
말도 안되는 떼를 쓰며 투정부리는 철부지를 온갖 주위 눈치 아랑곳않고
온 몸으로 감싸주고 있는(사실은 쩔쩔매고 있는) 초보 아빠도
이 순간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을까?
내 아들은 나와의 그런 기억을 먼 훗날, 오늘같은 목욕탕 사건 속에서 기억해낼까?
" 아버지 !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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