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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힙합으로 잘 알려진 '원써겐'과 '팻두'가 만나 발표한 프로젝트
[Hello, Doctor]의 두번째 이야기,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2]는
어떤 커플이 기억을 지워달라고 병원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노래이다.
통속적인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기발한 구성으로 풀어낸 랩 장르의 노래인데,
어느 날 늦은 오후, 결코 젊다고 우길 수 없는 나의 올드한 귀에 들려온 랩 가사가
슬픈 사랑의 노랫말로 들려오니 랩을 노래로 인정하지 않던 이른바 꼰대 세대인
나를 무장해제 시킨 사건이 된 셈이다.
이 곡을 들으며 문득
조물주께서 인간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을 생각해 본다.
인간의 두뇌 속에 넣어 주신 '기억 능력'은
창조적 상상력, 분석력, 이해력, 판단력과 함께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불어 넣어 지으신 인간에게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그러나 피조물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주 기억 장치'는
용량이나 보존 기간에 있어서 무한(無限)하신 창조주와는 달리
뚜렷한 한계가 있도록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아쉬운대로
컴퓨터 등과 같은 '외장형 보조 기억장치'에 의존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전과 달리 총명함이 현저히 둔화된 자신을 보며
화려했던 전성시대의 옛 명성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자신의 기억력이란 것이 완전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면 자책하거나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닐 터 ...
인간이 잊어버리고 싶은 것은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면
우리 인생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웠을 것이다.
저마다 자기 생각하기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 뻔하다.
음지만을 찾아다니며 독버섯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죄의식도 없고 후회도 없을 것이며
자신의 어두운 과거 때문에 불안해 하는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현실 속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이것은 창조주의 아주 치명적인 실수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자신의 과거사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러한 권한과 능력을 부여해 주시지 않으셨다.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하는 능력을 소유하기 원하겠지만
우리가 자의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망각의 깊은 늪에 던져 잊혀졌다고 생각되는 과거가 다시 부활되어
하나님의 존전에서 한 터럭 숨김없이 드러내 주시는 것,
타다 남은 불씨를 소생시키듯 우리에게 신앙 양심을 주셔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나게 하시는 것은 사랑하는 자녀들이
그 분의 은혜 안에서 새로워지기를 원하는 거의 마지막 기회같은
하늘 아버지의 강제적 간섭이며 사랑이다.
그러나 기억이 이렇게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면에서만 우리에게 유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기억 하나가 인생을 바꿔 놓고,
우리들의 고단한 삶에 활력소와 근본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어떤 인생의 앨범이든지 어둡고 칙칙한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들춰보지 않았을 뿐이지 아름다운 기억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먼지 쌓인 빛바랜 사진들이 있다.
어제, 아내와 6-70년대 옛 추억을 모아 놓은 인천 수도국山 '달동네 박물관'엘 다녀 왔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온 부모들의 얼굴에 저마다 행복이 가득하다.
무엇을 자랑하며 뽐내었을까?
'호강에 겨운 것들 ... 니들이 고생을 알아? 가난을 알기나 해? '
그러나 내가 보기엔 '가난 자랑' '고생 자랑'이 아니라
그 곳에서 그들은 가물가물 아련하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잊었던 옛 기억 한 토막을 찾아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에게 있어 잊혀졌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나게 해주는 모든 것들은
선하고 아름답고 복된 일이다.
도저히 내 힘으로 감당 할 수 없었는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해결된 많은 일들을
먼지 쌓인 망각의 창고에서 끄집어 낼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부요하고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 할수록
현재 닥친 어려움을 믿음으로 이길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 인생 길을 너그러움과 여유를 가지고 걸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캄캄한 인생의 밤일수록 마음의 등불을 켜고
'소중한 기억'의 사진첩을 꼼꼼히 넘겨 보아야 한다.
아득한 저 너머, 빛바랜 기억의 갈피 속에서
잊혀졌던 아름다운 기억 한 조각만 찾아내어도
우리 인생은 따사한 봄날같이 여유롭고 행복해진다.
누군가 이 땅의 슬프고 불행당한 사람들을 위한다며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을 세우려 한다면
나는 그 옆에 우리들의 어린 시절, 시골 고향마을 작은 예배당처럼 예쁜
[아름다운 기억을 회복 시켜주는 병원]을 하나 세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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