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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칼럼 중 오십이 되셨다는 글을 보고 \n문득 이 詩가 생각나 올려드립니다.\n\n저도 이제 쉰이 되어서 이 시를 다시보며\n빙긋 웃었지요.\n\n* * * * * * * * * * * * * * * * * * \n\n오늘, 쉰이 되었다\n\n-이면우-\n\n서른 전, \n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n영영 덮어버리고 만 책들에게 사죄한다 \n겉 핥고도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n\n마흔 전, \n무슨 일로 다투다가 속맘으론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n부러 큰소리 내어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n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n\n쉰 전, \n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n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n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n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n\n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n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n이제부터는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n따끈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n그리고\n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n \n\n